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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나라
마음의 시

아름다운 관계 / 詩 박남준

by "백합" 2014. 8. 24.

 

 

 

  아름다운 관계 / 詩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 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 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