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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나라
마음의 시

코고는 아내/籠巖 최낙인

by "백합" 2013. 5. 6.

 

 
 
 
 코고는 아내/籠巖 최낙인 
 
 
거친 아타카마 사막을 종주하고
남미산 포도주 몇 잔 마시고도
있는지 없는지 마는지 
그렇게도 곱게  잠자던 아내였는데
 
언제부터 인가
자장가의 범주를 넘어서더니
오늘 밤은 풀떼기처럼 흐트러진 모습으로
고래등 같은 코를 골며 잠꼬대까지 엮어낸다
 
창문을 열고
새어든 달빛으로 아내의 얼굴을 지켜본다
굽이굽이 휘돌아 지나온 세월이 잔주름 되고
아픈 가슴 쥐어짜며 살아온 삶이 검버섯 되었나?
 
인고의 밀알로 살아온 그 수많은 나날들
생살 도려내는 아픔 있어도 뒤돌아  눈물 훔치며
오직 남편 위해 자식 위해 희생으로 살아온 삶이었는데
이제 또 허허로운 가슴 안고 뒤안길 걷고  있음이 아닌가?
 
눈시울이 시리다
안쓰러운 연민이 흐른다
부끄러운 울분이 내 미운 가슴을 때린다
 
평생을 하루같이 그렇게 살아온 생활이언만
아직도 무슨 미련 남아 있어 불침번을 서는가?
오늘반도 차마 편안한 잠자리 미덥지 못해
거친 숨 몰아쉬며 실내 광란곡을 울리고 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3부思慕> 중에서--

 

 
   5월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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