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은빛나라
손님 방

석정에게/詩 박영배

by "백합" 2009. 2. 6.

 

                   

                 석정에게 / 詩 박영배

       

       

       석정

      옛날에 삼년 가믐은 살아도 석달 장마는 못 산다더니

      이틀째 내리는 장대비가 무슨 일 낼 것 같네 그려

      윗동네에서 내려오는 도랑물이 여간 아닐세

      하늘이 구명 났는가 길바닥에도,

      마당에도,밭둑에도 온통 물일세

       

       석정

      장마 끝나면 칠월 중순경이나 바람 좋고 햇살 가득한 날

      자넨 청포도를 그리시게 여덟 폭 말일세

      청순한 모습으로 화려하게 덩쿨 올려

      예쁜 새순 도르르 감고 잎사귀 아래 숨어

      수줍듯 곱게 여민 청포도 말일세

       

       

               석정

              여덟 폭 모두 쭉 이어 마치 승천하는 용처럼

              뒤쪽은 사군자 양쪽에 연(蓮)과 노송(老松)을

              넣으면  더욱 볼 만할걸세

              고이 모셔다 귀한 손님 오실 때 두고두고 자랑할라네

              자네 덕에 올 여름은 삼복(三伏)이 드렵지 않겠네 그려

 

 

 

               --박영배 시집< 또 하나의 만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