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은빛나라
친구 쉼터방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by "백합" 2010. 1. 16.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 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한계령에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 고립되는 일이 생긴다면,그래서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이기도 한다면 그대는 그 고립을

재난이라고 여기실는지요? " 오오,눈부신 고립"

이렇게 생각하실는지요.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구원자가

도착했을때도 옷자락을 감추며 기꺼이 폭설에 묶여

이것을 짧은 축복이라고 생각하실는지요,

저는 눈부신 고립을 선택하겠습니다.]--

 

=도종환의 시배달=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