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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나라
손님 방

겨울 산촌에서/詩 박영배

by "백합" 2009. 2. 21.

 

 

 
 

겨울 산촌에서 / 詩 박영배

 

내 작은 공간,하얗게 무서리 내려

그 많은 풀밭이 온통 폭격을 맞은 듯

억척스런 여인네 모성애(母性愛) 같은 슬품이

차마 울지도 못하고 슬어져 있다.

 

내 키가 한 자만큼 더 커 보이는 황량한 사막 같은 곳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에 억새가 서러운 산촌에서

군불 같은 햇살 한 줌 기다리며

가쁜 숨을 헐떡이는 들국화, 저 애절함

 

밤새 전선을 떠받치고 있는 전봇대도 추워서 떨 

내 작은 산간 막도 잔잔한 바람에 떨고

나목도 견디다 못해 침묵으로 숙연한데

후다닥 날라가는 산 꿩들이

금방이라도 흰눈 내릴 것 같은 적막을 깨트리며

나와 내 옆에 진돌이가 놀라 쳐다볼 뿐

포구나무 잎사귀만 바삭거리며 굴러간다.

 

왔다 가는 것도 만남이고 떠남도 만남의 연속인데

오랫동안 묵은 그리움을 떨쳐내는 건

우선은 숨 막힐 것 같은 고통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것인가를

무심한 세월이 말없이 가르쳐주고 가는 산촌에

밤새 꽁꽁 얼어붙은 물도 차마 넋을 잃었다.

 

ㅡㅡ박영배 시집<또 하나의 만남> 중에서-- 

 

 





Seven Daffodils(일곱송이 수선화) / Brothers Four (브라더즈 포)


Seven Daffodils(일곱송이 수선화) / 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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