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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덜(영상글 첨부)

by "백합" 2020. 1. 23.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덜



<정의란 무엇인가> 보다 더 재미있으면서 마이클 샌델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출판사에서 나온 마이클 샌델의 책들 중

네 권을 샀는데, 감수나 해제(解題)를 다 같은 사람이 했다.

이 책의 해제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의 내용과 마이클 샌델의 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돈으로 사고 팔면 안되는 것에

대한 샌델의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설명이 잘 되어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에서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 점점 해체되고 파괴되는 공동체와 그 가치, 미덕,

영예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루어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거침없이 확장해나가는 자유시장 논리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조금씩 다른 사례를 들고 있지만 그 모든 얘기를 통해 저자가

일관되게 하고자 하는 얘기는, 사회 규범이 점점 획일적인

시장 논리로 대체되면서 세상의 다양한 가치들 역시 점점 돈으로

환산되고 거래될 수 있는 소비재로 변질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 삶이 위협받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근거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주의가 시장을 만나서 이끌고

만들어간 세상은 지금, 오히려 그것을 해치고 있다.

 

몇몇 사례들을 보면 마치 이 세상이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선술집이나 암시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하계 곳곳에서

모여든 온갖 우주 악당들과 해적들이 서로 레이저 총을

쏘아대며 진기한 것들을 사고팔거나 훔치고 뺏기도 하는

그런 혼돈의 도가니 말이다. 그는 그렇게 멈추지 않는

자유주의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시장경제를 가진

(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지상주의라는

블랙홀 속에 발을 들였다가 순식간에 시장사회가 된

(being a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온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은가?"

 

저자가 비판하는 세상은 곧, 물질만능주의 세상을 뜻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원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번역본인

이 책에서는 물질만능주의나 배금주의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물질만능주의를 원인이 아닌 결과로 보기 때문일까?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 사람들을 훈계하는 느낌이지만,

시장을 비판한다면 사회 제도를 비판하는 느낌이 든다.

대체로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학자들은 물질만능주의라는 단어를 도덕적인 가치 판단이

숨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사용하기 꺼려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이유들로 이 책에서도 일부러 물질만능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현대를 장악하고 있는 시장 논리를 비판하고 반박하는 사람들은

경제학자들 중에도 많다. 그들이 문제삼는 것은 공정성이다.

순수하게 평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불공평한 사회 조건에 의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압적으로

거래와 교환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부패에 대한 것, 다시 말해 시장

규범에 의해 비시장 사회 규범이 밀려나고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인센티브' 가 있다.

 

저자는 <괴짜 경제학> 의 내용을 인용하며 경제학에 널리 퍼진

인센티브 만능주의를 비판했다. <괴짜 경제학> 에서는 인센티브를

현대 삶의 초석이며 경제학은 인센티브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선언하고 경제학자들은 인센티브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괴짜 경제학> 저자들은 이어서 <수퍼 괴짜 경제학>,

<괴짜처럼 생각하라> 을 연달아 시리즈로 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일관되게 인센티브를 연구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인센티브를

그저 단순하게 경제적인 차원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도

있음을 지적하고,사람이 단순히 그저 돈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알려주기도 한다. 경제학은 영역을 넓혀서 심리학과 결합하여

행동경제학을 낳았고, <괴짜 경제학> 처럼 데이터와 경제학적

분석 방법과 인센티브로 인간과 세상을 통찰하겠다는 꿈을 펼치는

이단아들도 낳았다. 인센티브라는 개념은 점점 중요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추기거나

격려하는 것을 뜻하는 incentivize 라는 단어가 있는데,

2000년대 들어 미국 주요 신문에 인용된 횟수가

그 전보다 1400 배 급증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비슷한 말이 떠오른다. 동기 부여랑 뭐가 다르지?

왜 motive 대신 incentive 라는 말을 쓸까? 무슨 차이가 있을까?

대체로 인센티브라는 말이 사용되는 상황과 문맥을 보면,

인센티브는 스스로 내부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주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센티브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남이 아닌 자신이 손해를 피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다. 경제적, 물질적인 이익 뿐만 아니라

좋은 평판, 명예, 칭찬, 만족감 같은 것들도 이익이다.

 

즉, 사람은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그것을 이용하여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있는 것이 인센티브이다.

그렇게 보면 인센티브라는 말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기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 주입하지 않아도 태양처럼 스스로 불타오른다.

사람은 늘 이기적인 건 아니라고 믿고, 사람은 저마다 고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세우고 자율적으로 그것을 따르려 한다는 것을

믿고, 그 자체만으로 사람은 스스로 존재 가치가 빛난다고 믿는다.

그것은 행복의 원천이다.

 

성배처럼 신성하게 여겨진 인센티브는 많은 논란을 낳았고,

사실 그 안에는 독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2000 년 유리 그리지와 알도 러스티치니가

Journal of Legal Studies 에 "A Fine is a Price" 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스라엘 어린이집 연구가 소개된다. 이 책 뿐 아니라

<괴짜 경제학> 에서도 나온다. 난 이 이야기를 유정식의

<착각하는 CEO> 에서 처음 읽어봤다. 벌금이 행동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이스라엘 하이파 시내에 열한

곳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늦게 데리어 오는 부모들에게

더 이상 지각하지 않도록 벌금을 부여하였다. 그러자 오히려

지각하는 부모들이 더 많아졌다. 벌금이 서비스 요금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러므로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 했던 지각이 당당한

권리가 된 것이다. 이후 벌금 제도를 폐지했는데, 이미 늘어난

지각 건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미 권리가 되어버린 지각 행동은

이제 무료 서비스가 되었을 뿐,

더 이상 미안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착각하는 CEO> 에는 그 외 인센티브 관련하여 얽힌 다양한 인사·

경영 사례들이 나오는데, 그 중 어린이집 연구와 비슷한 것으로

미국 보스턴 소방본부 사례가 있다. 일부 꾀병을 부리는 얌체

소방관을 막기 위해 소방관들에게 일수 제한 없이 유급으로

허용하던 병가를 최대 15일로 제한하고 초과하면 급여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전체 병가 신청 일수는

전년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나 신년

첫날 병가 신청은 무려 '10배' 나 증가했다고 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이 새로운 제도로 인해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그러니까 돈을 안받으면 의무나

책임도 없다는 마인드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규범이 시장규범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기업이나 기관에서 성과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도입하는 각종 감시와 통제를 위한 규칙이나 인센티브

제도는 전체 직원들에게 '당신들을 자율적인 성인으로 대하지 않겠다'

라는 강력한 신호를 전달한다. 그리고 아브라카다브라! 하면서

'인센티브를 따르라' 라고 암시한다. 시장규범의 영향으로 동기를

빼앗기고 인센티브만 주어진 직원들은 그 결과 무기력해지거나

탐욕에 눈이 먼다. 조직은 그런 죽은 세포나 암세포로 채워져서

갈수록 병들어가고 와해된다. 심각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고,

깨끗한 물 흐리는 얄미운 미꾸라지 몇 마리 잡겠다고

포크레인으로 흙을 마구 퍼내고 휘젓는 꼴이다.

요즘 직업윤리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인센티브의 역풍 사례를 접하면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이익이나 벌금이 너무 적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 말이 옳을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 나라는

과속 위반 범칙금을 정액이 아니라 소득 대비 정율로 때리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에겐 실패했든 성공했든 인센티브 제도로 인해

변질되거나 사라진 가치들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인간을

냉혈한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상정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그런 것이 보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바로

그 사라진 가치들 때문에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옛날 같으면 냉철한 이성과

전략을 갖춘 영웅적인 경영인이 혼자서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으로 성공을 일구어낸 기업들의 전설이 판을 쳤다면,

요즘은 직원들을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하고 존중하며

직장을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행복한 삶의 바탕이 되도록

하겠다는 문화로 큰 성공을 일구어낸 기업들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기업 공동체를 유지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좋은 방법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이젠 거의 사라져간 과거의 흐릿한 가치들이

다시 필요해졌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고 있는 것이다.

 

만약 기업 공동체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공동체로 확대해서

이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될까?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남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일관된 태도로 사는 사람들도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 마치 자신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 있는 듯

호들갑을 떨며 끔찍해한다. 그래서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

즉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려고 든다.

그것은 바로 시장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을 왕으로 모시고 사람들이 그 이전에는 전혀 욕망하지

않던 것들을 욕망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발명하며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만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탐욕은 미덕이다. 시지상주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을 돈으로

보겠다' 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호쿠스포쿠스!

하면서 '탐욕을 따르라' 라고 암시한다. 뭐든지 사고 팔도록

해야 해! 그것을 방해하는 모든 금기를 쳐부셔야 해!

안그러면 시장은 죽어버리고 말거야! 그러면 경제가 죽겠지?!

그러면 우리도 죽겠지!!! 라면서 말이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행복해질까?

 

이 책의 해제에는 어린 아이의 뽀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어쩌면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쉽고 뚜렷하게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기똥찬 욕망들을

과연 돈으로 사도 되냐 안되냐를 두고 굳이 시장이 어떻고

인센티브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약 내가 그것을 돈으로 사고 판다면 그 대신 어떤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면 내가 정말 행복해질 것인지,

무엇보다도 내가 그것을 사고 팔길 원하는 게 진정 내가 스스로

원한 것인지부터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친구 가족이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 어려움은 경제적인

위기도 함께 동반했다. 그 사정을 잘 아는 어른 한 분이 친구의

다섯 살짜리 딸아이에게 고액의 지폐를 보여주며 "아저씨에게

뽀뽀해주면 이 돈 줄게" 라고 말했다. 내 눈에는 그저 귀여운

친구 딸에게 장난감 살 용돈을 선물해주려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만 보였다. 그도 선의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옆에

있던 친구 아내가 딸에게 소리를 질렀다. "안돼. 뽀뽀하지 마!"

나나 그 어른이나 무안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친구 아내의

입장은 단호했다. "아이에게 뽀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시면 안됩니다!"

● 목차

 

서론 - 시장과 도덕

시장지상주의 시대

거래 만능 시대

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1. 새치기


우선 탑승권

렉서스 차로

대리 줄서기 사업

진료 예약권 암거래

전담 의사 제도

새치기의 시장논리

시장 대 줄서기

시장과 부패

암표 거래는 무엇이 잘못일까?

요세미티 국립공원 야영지 사용권의 암표 거래

교황 집전 미사의 입장권 판매

스프링스턴 콘서트 시장

줄서기의 도덕

 

2. 인센티브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보상

삶에 접근하는 경제학적 방법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금

건강 유지를 위한 뇌물

왜곡된 인센티브

벌금 대 요금

21만7천 달러짜리 과속범칙금

지하철 무임승차와 비디오 대여

중국의 한 자녀 낳기 정책

출산 허가증 거래

오염권 거래제도

탄소상쇄 정책

검은 코뿔소 사냥권 구매

바다코끼리 사냥권리

인센티브와 도덕적 혼란

 

3.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

대리 사과 서비스와 결혼식 축사 판매

선물 교환에 반하는 경제적 논리

선물의 현금화

돈으로 구입한 명예

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반박

비시장 규범 밀어내기

핵 폐기장

기부의 날, 그리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

상품화 효과

혈액 판매

시장에 대한 신념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

시랑의 경제화

 

4. 삶과 죽음의 시장


청소부 보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 말기 환금

데스풀

도덕적 측면에서 본 생명보험의 간략한 역사

테러리즘 선물시장

타인의 생명

사망 채권

 

5. 명명권


사인의 거래

경기 이름

스카이 박스

머니볼

광고의 자리

상업주의의 문제는 무엇일까?

시정 마케팅

해안 구조와 음료 공급권

지하철역과 자연 관찰로

순찰차와 소화전

감옥과 학교

스카이박스화

해제 - 샌델 도덕이론의 핵심 :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 클래식Adagio T.Albinoni - 아다지오 알비노니외 14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