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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나라
마음의 시

정월대보름 달집살이/자수정 시인

by "백합" 2018. 3. 2.

 

 




     정월 대보름 달집살이



    휘영청 달 밝은 밤

    강가에 세워둔 솔잎

     

    바람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징소리 장구소리 꽹과리의 어울림에

    거리의 불빛은 강물 위로 내려온다.

     

    치렁치렁 엮어 놓은 푸른 솔가지에

    한 해의 하얀 소망 문어발 되어

    허공 끝에 나부낀다.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로

    겨울 내내 쌓인 산 같은 그리움

    산 같은 아픔의 서러움

    타오르는 불 속에 함께 태워 버리자

     

    오늘밤 연기 되고 재가 되어

    하늘로 바다로 멀리멀리 사라지게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살라 버리자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비는 저 타오르는

     

    솔가지에 이미 꺾어진

    꽃으로 살아가는

    내 마음도 함께 태워 버리자

     

    강물이 웃고

    하늘이 웃고

    땅이 비웃더라도

     

    그리움에 젖고 아픔에 젖어

    꺾어진 지난 세월

    춤추는 저 불 길속으로 던져버리자

     

    이글이글거리는

    저 불길 속으로 산 같은 그리움

     

    산더미 같은 서러움

    살라 버리자

     

    (자수정·시인, 1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