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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나라
친구 쉼터방

인 연(因緣)

by "백합" 2014. 3. 24.

 

 

 

 

 

 


  인  연(因緣)  
 
 

사람과 사람이 만나게 되는 일이란

생각할수록 예삿일이 아니다.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먼

이전부터 우리들은 이승에서의 이 끔찍한 인연을

마련하기 위하여 서로 아픈 발자국을

조금씩 내딛기 시작했을는지 모른다.

그것이 나의 의지가 아니었더라고 해도 좋다.

훨씬 더 절대적이고 준엄하고 막강한 어떤 것의 힘.

그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튼 우리가 서로 만났다는

사실은 절대로 가벼운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훨씬 아프고 쓰라린 여정, 수 없는 망설임과 고뇌의 밤,

가슴 설레던 꿈의 아침이 뒤엉켜 피의 색깔로

점철되어 있는 감격, 바로 그 감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생의 원수가 이승에 내려와서는

백 년을 같이 사는 부부로 만난다지만,

생각하면 한 쌍의 남녀가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은

전생으로부터 어떤 집요하고 끈질긴 인연이었다는

설명이 아니고는 달리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부모와 자식으로서의 인연, 스승과 제자로서의 인연,

같은 직장에서 동료라는 인연, 같은 세대에 태어나서

같은 아픔을 가지고 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더구나 한 고장에서 태어나서 같은 백성으로 되었다는 인연 등등...

이 수 많은 인연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두렵도록 엄숙하고

슬프도록 아름다우며 확실하고 또 아름다운 것이다.

누가 누구를 감히 소홀히 할 수 있으며,

더구나 구박하고 매질을 할 수 있겠는가?

 

염치고 무엇이고 다 팽개쳐진 세상에 살면서

잠시 인연의 귀중함을 생각하니

자못 숙연해지는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

--<김 혜숙 님의 보낼 수 없는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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