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6일 (토) 조선일보(애송동시)
현 대시 100년 연속기획… .한국인의 애송동시 100편 [6]
오빠 생각 -/ 최순애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단어 '오빠' ]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 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1925)
- ▲ 일러스트 윤종태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거의 국민가요 수준에 이른 이 시를 노래한 가수만 해도 여럿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조용필의 〈오빠 생각〉은 언제 들어도 절창이다. 그러나 이 시가 12살 소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최순애. 1925년 11월, 12살 소녀 최순애는 〈오빠 생각〉으로 방정환이 내던 잡지 《어린이》의 동시란에 입선자가 된다. 그 다음 해 4월, 16세 소년 이원수 역시 〈고향의 봄〉으로 이 코너의 주인공이 된다. 이리하여 수원의 최순애 소녀와 마산의 이원수 소년은 서로를 발견하고 급기야 1936년 6월 부부가 된다.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의 만남이라고 할까.
이 시 속의 오빠는 뜸북새, 뻐꾹새 등 여름새가 울 때 떠나서 기러기와 귀뚜라미가 우는 가을이 와도 돌아오지 않는다. 오빠의 부재는 계절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감지하도록 만든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면 계절의 변화가 그토록 새삼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오빠는 부재함으로써 오히려 옆에 있을 때보다 더욱 풍부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는 도처에서 오빠를 본다. 뜸북새, 뻐꾹새, 기러기, 귀뚜라미 소리들은 이 부재하면서 현존하는 오빠의 대체물들이다.[신수정·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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