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도 사랑으로
요한과 베티는 큰 농장을 일구기 위해
외딴 산속에 집을 짓고 열심히 일하는 부부였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남편 요한은
한 달에 한 두 번씩 일용품을 구하기 위해
집을 떠나야 했다. 어느 날 요한은 이번엔 밀린 일이 많기 때문에
며칠 더 걸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마을로 내려갔다.
갓난아이와 어린 딸과 함께 집에 남은 아내 베티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농사일을 하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은 산더미였다.
베티는 우선 빵을 구울 장작을 패기로 했다.
그녀가 뒤뜰로 가 나무를 도끼로 내려찍으려는 순간
다리에 따끔하고 쓰린 통증이 느껴졌다.
나무 속에 숨어있던 독사에 물린 것이었다.
베티는 순간 아찔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 도와 줄 사람이라곤 남편뿐이 없는데
남편도 이삼 일이 지나야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이런, 내가 죽고 나면 아이들은 어쩌지. 양식도 다 떨어졌는데..."
베티는 독이 온 몸에 퍼지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뙤약볕 아래서 장작을 팼다.
온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빵을 구웠다.
눈앞이 흐려지고 점점 고통이 엄습해 왔지만
그녀는 그럴수록 더 바삐 몸을 움직였다.
베티는 어린 딸에게 일렀다.
"엄마는 조금 후에 깊은 잠에 빠질 거란다.
그러면 너는 아빠가 오실 때까지
엄마가 구워놓은 빵과 우유를 네 동생에게 잘 먹이고..."
베티의 이마엔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옷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러는 동안 놀랍게도 무서운 독이
땀과 함께 씻겨져 나왔다.
그녀는 두 아이를 위해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아픔을 느끼지 못했으나 독은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베티는 그때까지도 그 사실을 모른 채
뜨거운 아궁이 옆에서 땀을 흘리며 빵을 굽고 있었다.
--<좋은 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