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쉼터방

서랍이 많은 사람

"백합" 2014. 7. 17. 08:57

 

 

 

  
  서랍이 많은 사람  
   

재능이 많은 사 일본에서는

‘서랍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크고 작은 서랍들을 가진 4단 혹은 5단 서랍장처럼

크고 작은 재능이 담긴 서랍을 많이 가진 사람.

 

참 부러운 사람이지요.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심지어 성격까지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엇 하나 변변하게 해내는 것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은 참 불공평합니다.

 

이런 서랍을 원합니다. 어떤 흐느낌도

잠재울 수 있는포근한 목소리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요리를 잘해서 배고픈 사람은 물론 마음이 헐벗은

사람들마저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서랍을 원합니다.

 

닫힌 마음도 거침없이 열 수 있는

따뜻한 손길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누군가의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을 그치게 할 수 있는

손수건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지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굳센

팔뚝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타인의 상처를 잘 꿰매 줄 수 있는

바늘 같은 서랍을 원합니다.

 

신이 주시지 않는다면 제 스스로

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겠습니다.  

망치와 못으로 나무들을 이어 붙여서

아름다운 서랍을 만들겠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서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랍이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진

서랍이 좀 더 많은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신이 준 열쇠를 부주의하게 잃어버려 더는

‘신의 서랍’을 열 수 없게 될지라도

스스로 만든 서랍을 하나씩

늘려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미라 <나를 격려하는 하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