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쉼터방

내 삶의 방향키는 길이었다-/김정한

"백합" 2014. 7. 2. 08:01

 

 

 

 

 

 


 내 삶의 방향키는 길이었다-/김정한
 

 

가끔 그 어디론가 홀로 가서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나 혼자서

낯선 공간에 푹 파묻혀 숨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따라 내 몸 구석구석에서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든 사나운 바람이 분다.

길 위에서 약속되지 않은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랑처럼

이젠 기다림도 허기가 지는가 보다.

 

사람도 별로 살지 않은 그런 곳에서

아주 특별한 고독을 느끼고 싶다.

난 늘 힘들고 외로울 때 길위에서 서성거렸다.

보이는 길 앞에서도, 뒤에서도, 옆에서도,

이리 저리 사람을 찾는 것처럼

헤매이다가 돌아 온다.

 

마음 속에서 늘 정해놓지 않은 미지의 곳을 향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나의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난 항상 길위에서 내 삶의 본질도 알아가고,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정답도 늘 길위에서 찾았다.

길은 내 인생의 빨간 신호등이 되기도 하고

푸른 신호등이 되기도 한다.

삶의 전환점도 길이 알려주었고

삶에 대한 뼈아픈 가르침도 길위에서 였다.

삶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길 위에 있었고,

악을 쓰며 다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길 위에서 였다.

길은 내 인생의 어머니이고

아버지라는 것을 살아갈수록 느낀다.

길은 언제 어디서나

내 기억 속의 인생인지도 모른다.

또한 내 기억 속의 길은

늘 간절한 그리움을 잉태하고 있다.

나를 부르는 그 그리움을 찾아

난 오늘도 길 위를 서성거린다.

삶의 짐을 내려놓는 순간에도

난 길 위에 있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가까운 그 어느 날에도 그럴 것이다.

--<김정한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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